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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미의 경복궁 답사기

구태익 | 2002.01.22 01:01 | 조회 3546
서울대학교 불교학생회 후배인 최향미여사께서 불교학생회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저의 홈피 <갤러리/조선조 궁궐>의 사진과 함께 보시면 더욱 생생한 체험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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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저는 이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뒷골이 \'띵\'해집니
다. 아마도 제가 전생에 그 궁에서 일생을 보냈던 게 분명합니다. 지난 여름, 가족과
함께 경복궁에 갔을 때에도 근정전 문창살에 매달린 문고리 하나 하나가 그렇게 애달
플 수가 없었습니다. 한때 저의 집이었던 경복궁에 대해 들어 보실라우?

궁에는 왕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창덕궁과 같은 이궁(離宮)과 수원성내에 있었던 행궁
(行宮)이 있으며 왕이 죽지 않고 두 눈 시퍼렇게 뜬 상태에서 왕위를 낼름 내주었을
때 선왕(先王)으로서 머무는 덕수궁(德遂宮) 또는 수강궁(壽康宮)과 같은 궁도 있었지
만 경복궁은 조선시대에 지어진 5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중에서 으뜸이 되는 정궁(正宮)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허걱! 제가 그 정궁에서 살았
었다니...그렇다면 저는 정실(正室)이었나 봅니다.

경복궁은 태조 4년인 1395년에 창건되었으나 1592년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고종 2년
인 1865년에 복원을 시작하여 4년만에 완성하였습니다. 임진왜란시에 왜군의 방화로
경복궁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사실은 난을 당해 배신을 때리고 지 혼자 야
반도주한 임금과 조정실료들을 원망한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켜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
졌는데...골(죄송합니다. 귀족스럽지 못한 단어를 써서) 때리게도 선조가 경복궁을 빠
져나가면서 백성들이 성밖으로 피난가지 못하도록 사대문을 굳게 잠그라고 명하는 바
람에 화가 난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켜 경복궁은 물론 창덕궁과 창경궁에까지 불을 질
렀다고 선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나..이순신이 있으면 뭐합니까? 후
방에서 이 모양이니...

만약 여러분이 경복궁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으면 경복궁을 구경하기 전에 궁의 첫
번째 대문이었던 광화문을 먼저 보여주어야 합니다. 광화문이란 광피사표 화급만방(光
被四表 化及萬方)이란 말에서 따온 명칭으로 나라의 위엄과 문화를 널리 보여주는 문
이라는 뜻이며 5대 정문 가운데 유일하게 궐문 형식을 갖춘 문이고 유일한 홍예문(무
지개꼴 문)입니다. 원래의 위치는 동십자각(설마 동십자각이 뭔지도 모르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과 평행선상에 있었으나 도로를 넓히는 과정에서 뒤로 밀려났습니다.

광화문 앞 좌우에는 옳고 그름을 가려서 법을 수호한다는 상상의 동물인 한 쌍의 해태
상이 있는데 이는 풍수설에 따라 마주 보이는 관악산의 화마(火魔)를 누르기 위해서
라고 하며 이 해태의 목에 달려있는 방울은 화마가 닥치면 저절로 울려서 알린다는 신
비의 방울이기도 합니다. 딸랑이 소리가 그리워집니다.

경복궁에 \'딱\' 도착을 하면 백성과 임금을 이어주는 상징적인 통로역할을 했던 영제교
를 찾아 보아야 합니다. 영제교에는 돌로 만든 산예라는 상상의 동물이 물을 타고 들
어오는 잡귀를 막기 위해 도랑바닥을 노려보고 있습니다요.

자! 그 유명한 근정전을 보고 계십니까? 근정전은 국보 제 223호로 조회(朝會)를 비롯
하여 각종 국가적 의식행사를 치르던 경복궁의 정전이며 백성을 부지런히 다스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세종, 단종, 세조, 성종, 중종 등이 이 정전에
서 즉위하였습니다. 중국의 궁궐바닥은 흙을 구운 전돌로 되어있으나 우리나라의 궁궐
바닥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데 이렇게 바닥에 까는
평평한 돌을 박석이라고 하며 조정에는 남에서 북으로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은 세 구
역(삼도)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가운데 부분은 양옆 보다 조금 높습니다. 이를 왕만
다니게 되어 있는 어도(御道)라고 합니다.

삼도 양옆에는 조정에 참여하는 관원들의 서열과 위치를 보여주는 품계석이 서 있고
종2품 품계석의 뒷편과 근정전 기둥에 쇠고리가 박혀 있는데 이것은 관원들이 조정에
모여 있을 때 햇볕이나 비를 가려줄 천막을 치는 줄을 매던 것이었습니다. 어떤 인간
은 그 쇠고리를 보고 일제가 박아넣은 말뚝이라며 흥분을 하던데.. 여러분은 제발 그
런 무식을 떨지 마십시요.

근정전을 떠받치고 있는 두 층 기단에는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계단이 나있는데 남쪽
계단은 근정문에서 근정전으로 향하는 삼도와 연결되어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
다. 그 중 가운데 부분은 좌우의 계단과 달리 전면에 커다란 사각형의 돌이 비스듬히
박혀 있는데 이 돌을 답도(踏道)라고 하며 가마를 탄 왕이 그 위로 지나가는 길입니
다. 답도에는 구름 속에 봉황새 두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마주보고 있는 무늬가 새
겨져 있습니다. 봉황은 기린, 거북, 용과 더불어 신령스럽게 여기던 동물이었습니다.

근정전을 떠받치고 있는 기단에 나 있는 계단에는 난간을 지탱하는 기둥들이 세워져
있으며 그 돌기둥꼭대기에는 각종 돌짐승들로 치장되어 있는데 그 동물들을 잘 들여
다 보시면 우리 조상들의 해학도 엿볼 수 있을겁니다.

근정전은 네 벽의 모든 문을 들어올리면 기둥만 남게 되어있으며 중앙에는 닫집이 있
고 그 아래에 임금님이 앉는 용상이 놓여 있습니다. 그 뒤에는 세 폭 짜리 병풍이 둘
러쳐져 있으며 그 뒤에는 왕의 권위나 존엄성을 상징함과 동시에 왕에 대한 송축의 의
미를 담고 있는 일월오악병(日月五嶽屛)이라는 병풍이 펼쳐져 있고 천정 중앙에는 여
의주를 갖고 노는 두 마리의 일곱발가락을 가진 황룡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근정전의 용마루는 위엄을 갖추기 위해 다른 전각보다 높이 올렸으며 용마루
양끝에는 머리가 독수리처럼 생긴 상상의 동물로 악한 것을 물리친다는 취두(鷲頭)가
얹혀져 있고 내림마루에는 서유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조각상인 잡상(雜像)들로 장식되
어 있는데 잡상의 맨 앞은 삼장장법사이며 원숭이 상은 손오공이라고 합니다.

근정전의 전면 좌우 모서리 기둥 앞에는 향로같이 생긴 청동항아리가 놓여 있는데 이
것은 정(鼎)이라는 그릇으로 왕권을 상징하며 나아가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고 하늘의
복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쓰여진 것이니 부디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또한 정이 있
는 아래 계단에는 \'드무\'라는 것이 놓여 있는데 드무는 가마솥같이 생긴 무쇠 항아리
로 그 안에 물을 담아 놓아 관악산의 화마(火魔)가 궁궐로 침입해올 때 드무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놀라 달아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근정전에서 뒤로 들어가면 사정문이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사정전이 있습니다. 근
정전이 왕과 외부에서 들어온 관료들이 만나는 외전이라면 사정전은 왕과 왕비가 일상
적으로 기거하며 활동하는 내전이고 이 내전가운데 사정전은 왕이 평상시 거처하면서
정사를 돌보던 공식 집무실인 편전입니다. 이 사정전 앞에서 중종이 조광조를 친히 심
문하였다고 합니다.

국보 제 224호인 경회루는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연회를 베풀기 위해 지은 누각인데
처음에는 주로 외국사신을 접대하기 위한 소규모의 누각이었으나 태종 때 확장하였으
며 임진왜란으로 불탄 것을 대원군이 다시 크게 늘려 중건하였다고 합니다. 경회루의
지붕은 용마루를 높이 올렸으며 지위와 품격이 높은 건물에만 설치하는 잡상이 근정전
의 일곱 개보다 많은 11개나 되고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경회루 연못 둘레를 따라 담
장이 사방으로 둘려있어서 그 안에는 왕과 왕족이 아니면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고 합니다. 그리고 경회루의 현판글씨는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의 글씨입니다.

강녕전과 교태전은 왕과 왕비의 침전입니다. 강녕전의 뒤쪽에는 우물(御井)이 남아있
는데 이 우물의 물은 왕의 음용수 뿐 아니라 세숫물로 사용되었었습니다. 왕비의 침전
인 교태전(交泰殿)은 광화문에서 보면 상당히 깊숙한 곳에 자리한 구중심처이며 경복
궁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태전에는 왕의 침전인 강녕전과 같이 용마
루가 없습니다. 이는 침전이 왕과 왕비가 잠을 자는 곳으로 다음 대를 이을 용을 생산
하는 곳이므로 다른 용이 위에서 이를 내리누르면 안되기 때문에 용마루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태전 뒤로 돌아가면 아미산이라고 하는 후원이 나오는데 이 아미산은 경회루 연못
을 파면서 나온 흙을 옮겨 쌓은 인공언덕입니다. 아미산 후원에는 보물 제811호로 지
정된 아름다운 굴뚝들이 서 있으니 꼭 둘러 보시기 바랍니다. 교태전의 구들에서 땅속
으로 연결된 네 개의 굴뚝은 화강석, 지대석 위에 벽돌을 쌓고 육각 면에는 십장생,
사군자, 만(卍)자 문양 등을 조각하여 아름다움과 상징이 깃든 미술품의 자태를 보여
주고 있으니까요.

아미산 후문을 나오면 자경전이 보이는데 이것은 고종 때 양어머니였던 조대비를 위
해 지은 침전입니다. 자경전은 왕의 침전인 강녕전이나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과 달리
늙은 과부의 침전이기 때문에 용마루가 올라 있습니다. 자경전 지붕에는 색벽돌로 장
생문양을 넣었으며 후원의 꽃담은 보물 제 810호로써 현재 남아있는 궁궐의 꽃담 가운
데 가장 화려하고 그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입니다. 또한 땅 밑으로 연기 길을 내고 담
장의 일부를 굴뚝으로 만들어 그 위에 집 모양의 연기 빠지는 연통을 얹은 십장생 굴
뚝은 공간을 잘 이용한 아름다운 조형물입지요.

그 외에도 경복궁에는 우리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또 다른
후원 공간인 향원정, 청와대와 인접해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신무문, 떠오르
는 왕의 아들 세자가 묵던 동궁 등.... 그냥 지나치시지 마시고 150년 전 만해도 건물
들이 빽빽히 들어차 처음 온 사람은 들고 나는 문조차 못 찾아 헤매었다는 우리나라
의 왕궁을...

자신이 왕이었다고 상상하시면서 돌아보시면 자연과 어우러져 지어진 우리나라의 왕궁
이 인공의 화려함만을 쫓아 그 자태가 천박스럽기만 한 베르사이유 궁과는 비교가 되
지 않는다는 걸 아실 겁니다. 우리 자식들에게도 그 자긍심을 심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무런 감흥이나 죄책감 없이 그저 예쁘게 포즈를 취한 예비 신랑 신부처럼 사
진이나 펑펑 찍고 오시지 말고 건물 하나 하나에 애정을 갖고 바라보십시요. 그러면
한 때나마 우리 조상들이 목숨바쳐 지키려고 했던 왕의 목소리가 들려올겁니다. \"네,
이 노-옴..\"하고 말입니다. 그 소리가 들리면 여러분은 이렇게 화답하십시요.\"뭬야?\"

방학이 끝나기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경복궁을 찾아가 한 때나마 제가 호령하며 살았
던 교태전을 보여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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