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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긴끼(近畿)지방 5박6일 답사기

구정귀 | 2002.12.28 01:01 | 조회 3779
ㆍ12월19일(목) 대통령선거날 : 부산에서 배를 타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선거를 하지 않고 어제밤 부산으로 떠나는 것이었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선거는 꼭 하고 가야한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새벽 6시에 투표를 하고 떠났다. 그런데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게임을 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하지만 그 덕에 분당에서 부산까지 가는 5시간 동안 지루함 없이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여하튼 12시경에 부산에 도착해서 이번 여행에 동행하실 나의 친조부모님을 모시러 갔다. 배는 3시에 출발하지만 출국심사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다른 멤버를 기다리는데 걸리는 1시간을 생각하면 2시까지 항구에 도착해야 하므로 여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조부모님을 모시고 바로 부두로 갔다.

다행히 1시20분에 도착하여, 같이 가게 될 사촌들도 금방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항구에 와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데 100원에 5분씩 할 수 있는 컴퓨터 5대를 발견했다. 아직 시간이 30분이나 남아서 500원을 넣었는데 다행히도 컴퓨터의 성능이 기대이상으로 좋아서 즐겁게 30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린 여기서 즐거운 실수를 했다. 내 생각으로도 출국심사가 1시간 내지는 30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정원에 비해 탑승하는 승객이 무척 적어서 10분 만에 수속이 끝나버린 것이다. 그 덕에 타이타닉을 정확히 등분한 정도 크기의 배를 구석구석 멀미 없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선장실에 갔을 때 아무도 없었고, 문도 열려 있어서 조용히 들어갔는데 바로 제복을 입은 동남아계 사람이 들어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사람이 내가 하는 영어를 이해할 수 있어서 조용히 한다는 전제하에 기관실도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또 사우나 실도 있어서 출항 후 바다 풍경이 지루해지자 바로 사우나에 가서 씻고 저녁은 그냥 제끼고 잠을 잤다.

ㆍ12월20일(금) : 배타고 오사카 도착, 나라를 둘러봄

8시에 일어나서 노무현이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야 뭐 아직은 학생 신분으로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교육방침이야 거기서 거기므로 별 상관없이 받아들였지만 같은 배를 탄 어느 대학생이 극히 치가 떨리는지 노무현에 대한 비방과 이회창의 칭찬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서 일찌감치 아침을 먹으로 갔는데 조금 있으니 거기에 남아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사촌누나는 저렇게 매너없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아침을 먹었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떻게 했길래 저런 말을 듣는지 궁금했지만, 아무리 물어도 알려주질 않았다.

아침을 먹고 어제의 그 사우나에서 또 씻고 나와 옷을 입으니 곧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를 지나간다고 사진 찍으러 가자는 사촌동생의 요청에 응해 밖에 나가자, 과연 수식어만큼 무지하게 긴 다리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9시경인데도 그 위를 지나는 차들이 별로 보이지 않자, \"저런 불필요한 엄청난 사회투자 때문에 일본경제가 시들시들 하는구나\"하고 말씀하셔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배는 오사카항에 11시에 도착했는데 도무지 우리를 내려줄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우리 앞에 도착한 중국배의 수속이 늦어지는 바람에 1시간이나 늦어졌다는 것이다. 출국 때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린 입국수속을 하고 나서 바로 지하철을 향해 갔다. 지하철이 근처에 있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지하철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더욱이 할아버지께선 몸이 불편하셔서 걸음이 상당히 느린데 그걸 전혀 배려하지 않는 아버지는 무리한 강행을 하는 바람에 할아버지를 보좌하는 입장에 나로서는 30분 가까이 걸으니 상당히 피곤했다.

역시 그 덕에 오사카에서 나라까지 무려 쾌속열차를 타고도 4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단지 눈을 한번 깜빡함으로서 오는 놀라운 축지법을 발휘했다. 하지만 나라역에서 정상 성인이 걸어서 10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는 나라공원까지 가는데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니 30분 가까이 걸렸다. 나라공원은 방목하는 사슴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 명성에 화답하듯 식사를 하려고 밥을 꺼내 놓으니 냄새를 맡고 온 10여 마리의 사슴이 접근해 왔다. 비록 수컷의 뿔이 잘려있어서 치명상은 받지않을 테지만 덩치가 제법 큰 수사슴이 접근해오는게 가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고, 실제로 사슴이 다가와 할머니의 장갑을 물고 달아나기도 하였다.

우리는 사슴을 피해가며 빨리 밥을 먹고 다음 목표인 동대사로 갔다. 다행히 동대사 안에는 휠체어까지 있어서 이동이 수월했다. 동대사에는 손바닥에 6명이나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불상도 명물이지만 또 하나의 색다른 명물이 있다. 불상의 오른쪽 뒤에 있는 거대한 기둥 밑둥에는 딱 한 사람이 기어들어갈만한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을 통과하면 1년 치의 불운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나도 해봤다. 구멍이 상당히 작았는데도 신기하게도 통과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우리가 동대사를 돌아볼 동안 그 옆의 \'의수원\'이라는 정원까지 다녀오셨고, 아버지와 함께 숙소가 있는 오사카로 돌아갔다. 돌아갈 때는 나라공원에서 나라역까지 인력거를 타고 편히 갈 수 있었다.

우리가 머문 호텔은 오사카 변두리에 있는 아마가사키라는 시에 있는 센트랄호텔이다. 시설은 호텔 중에서도 꽤 괜찮은, 중국으로 치면 별 4개정도 될 것이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씻고 7시쯤에 모닝콜을 맞춰놓고 잤다.

ㆍ12월21일(토) : 하루종일 비가 옴 히메지, 아리마온천

7시에 일어나 대충 실례가 되지 않을 만큼만 씻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다행히 뷔페식 식당이라 여러 번 먹을 수 있어서 한국에 비해 소식하는 일본에서 지극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식당엔 별로 달갑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배에서 누나가 매너 꽝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어서 아침을 먹고 출발준비를 하고 나왔다.

우리는 히메지성으로 갔다. 히메지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위가 지은 것인 만큼 상당히 멋진 건축물이라 한다. 오사카에서 히메지까지 이번에도 전철을 타고 가는데 이번에도 전철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히메지역에 올 때까지 자버렸다. 히메지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히메지성으로 갔다. 히메지역 앞에는 예쁜 관광용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어서, 일본 물가로는 엄청 싼 100엔을 주고 탔다. 히메지성은 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명성대로 어마어마하게 크고(중국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다른 일본성에 비교하면) 온통 회칠을 해서 상당히 고급스럽게 보였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별로 멋있지는 않았다. 한 야산에 성을 쌓아서 많이 커 보였을 뿐이지 성채만 다 때어 본다면 경복궁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히메지성은 제법 큰 성이여서 돌아보는데 거의 2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이 히메지성은 꼭대기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올라가보니 전망대와 온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적는 방명록이 있어서 큼지막하게 한글로 내 발자국을 남기고 내려왔다.

산에 올려 지은 만큼 계단이 많아 할아버지께선 올라오시지 않았지만 할머니께서는 비교적 건강하셔서 2시간여에 걸린 대장정에 참가하셨다. 그런데 그 때문에 무리를 한 탓인지 오른쪽 발목이 퉁퉁 부어올라 할아버지보다 더 느린 기동력을 갖게 되셨다. 하필이면 그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진행 속도는 더 느려서 다른 관광지 구경은 접어두고 점심을 먹고 아리마라는 온천으로 가기로 했다.

히메지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백화점이 보였다. 일반적인 백화점이라면 지하에 식료품을 파는 것이 정석이어서 지하에 내려가 보니 역시나 먹을 것이 있었다. 판매하는 구역 중 가장 착해 보이는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는 메뉴에 그림은 하나도 없고 오직 히라카나와 가격만 있었다. 히라카나는 읽을 줄은 알지만 그 뜻은 나는 잘 모르는데 그 사정은 할아버지나 아버지도 마찬가지여서, 아버지께서 메뉴판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8개를 차례로 시키시고 각자 하나씩 달라고 주문을 하셨다. 우리나라 같으면 8명이 각각 다른 걸 시키면 식당종업원이 싫어할텐데, 그들은 아버지가 주문하신 내용을 알아듣더니, \'가족여행 중이냐? 어디서 왔느냐?\' 물어보며 무척 부러워 하며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음식은 가위바위보로 배당받아 순서를 정하였다. 다행히 맛있는 식당을 찾아 무작위로 음식을 시켰는데도 모두 맛있었다.

이번에도 전철을 타고 가서 편히 잘 수 있었다. 역시 이 아리마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답게 여러 온천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가까운 \"金의 湯\"이라는 곳에 갔다. 이 곳은 유명한 곳이라 온천도 시설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2시간 후에 보자고 했는데 웬걸 사우나는 커녕 찬물(냉탕)도 없이 100도쯤 되어 보이는 무시무시한 탕 3개와 샤워기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런 상태로는 답답해서 10분도 못 견딜 것 같아 탕 입구의 문을 살짝 열어놓았는데 일본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닫아버려 탕 안에서는 5분도 못 견디고 나왔다. 5분만 있었는데도 탈진이 되서 어질어질 했다. 옷 벗는 시간까지 거의 15분만에 탈진이 됐는데 2시간을 견딜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그런데 홀연히 등장한 야쿠자로 보이는 문신가족이 들어와서 그나마 구경하는데 시간이 잘 가는 찰나에 천장을 보니 벽의 윗부분이 완전히 막히지 않고 벽 반대편에도 남탕의 지붕과 같은 무늬의 지붕이 있는 걸로 보아 여탕과 벽 하나를 경계로 두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사촌동생과 여탕을 향해 소릴 질러 빨리 나가자고 하는 것이 어떻까 싶어 심각한 토론을 조용히 하는데, 아버지께서 그런 짓은 안 해도 여자들도 금방 진이 빠져 길어도 1시간이면 나올 것이라 하셨다. 그래서 대략 시간계산을 해보니 옷 입고 나가면 처음 들어온 시간부터 1시간은 충분히 지날 것 같아, 그냥 나왔다. 역시 여탕에 들어갔던 사람들도 다 로비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가사키로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타고 한숨 자면서 다 빠진 진을 보충하고 편안하게 호텔방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ㆍ12월22일(일) : 교토로 가다 - 금각사, 료안지. 이조성, 교토어원

교토는 지금까지 다녀왔던 유적지들 중에 가장 큰 도시이다 거의 분당만 할까? 그래서 아버지는 정원을 보시러 따로 다닌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다니기엔 3개만 봐도 빠듯했다. 아버지와 최종적으로 만나는 것은 금각사를 지나 용안사에서이었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대덕사와 금각사, 용안사, 묘심사를 다녀오셨다고 하셨다.

금각사는 사당에 온통 금박을 한 것으로 유명한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가 갈 때는 공사중이어서 금각사 주변을 천으로 가려놓았다. 그래서 김빠지게 들어갈까 말까하고 입구에서 30분 동안 생각했는데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거의 일본사람들이어서 이 사정을 다 알고도 들어갈만한 뭔가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입장표가 부적이여서 구미가 당기기도 하여 금각사에 입장했다. 깔끔하고 멋진 정원에 800년이나 된 배 모양의 소나무 분재까지 상당히 멋진 풍경이었다. 그래도 가장 관심꺼리인 사당이 베일에 가려있어서 약간 김이 새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나와 버렸다.

그 다음 목표인 용안사는 버스로 두 정거장 너머에 있다. 료안지는 선종을 전파하기위세 세워진 절이다. 일부 일본의 정원은 물과 나무는 전혀 쓰지 않고 정원을 꾸며놓기도 하는데 료안지의 정원인 고산수정원은 그러한 종류의 정원 중에서 대표적인 명소로 알려져 있다. 15개의 돌과 흰 모래로 섬과 바다를 표현 했는데 이 15개의 돌은 무리지어 배치되어 있는데 한쪽에서 보면 15개를 다 볼 수 없어서 이리저리 움직여서 봐야하는데 신기하게도 14개까지 세는 사람은 많아도 15개까지 찾는 사람은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하여 무척 기대를 하고 갔는데 잠시 살펴보니 돌무리 중 가장 동쪽에서 언뜻 보면 큰 돌과 작은 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데 그 큰 돌 뒤에 또 다른 작은 돌이 놓여져 있었다.

참…….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 보인다더니. 적당히 키가 크거나 정원을 감상하는 복도에서 약간 벗어날 수 있는 뚝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가 15개를 샐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번에도 김새서 축 처져 아빠는 언제 오시나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매표소 밖에서 서성였는데 그러다보니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보였다. 가격은 전부 200円 한국 돈으로 2,000원 정도이다. 상당히 비싼 값이긴 하지만 기다리기 무료하고 배도 고프고 해서 하나 뽑아봤는데 그냥 한국의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파는 바의 종류였다. 잠시 기다리니 아빠가 오셔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배를 채운 후 이조성으로 출발했다. 이조성은 에도시대 다이묘들이 숙박하던 곳이다. 그래서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상당히 대비를 했다. 건물의 외벽은 화재를 대비하여 모두 흙으로 만들었고 각 방과 계단, 복도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 암살자의 침입을 막기 위한 기발한 장치가 있어서 일반관람은 불가능해도 그 정원이 상당히 유명한지라 찾아갔는데 너무 늦어 문이 닫히고 말았다. 그러자 아빠는 조금만 더 가면 다른 정원도 있고 윤동주 시비도 있다며 잠시 다녀온다고 먼저 숙소로 돌아가라고 해서, 우리는 늦었지만 교토어원을 잠시 둘러보고 역시 온 방법대로 전철을 타고 조용히 숙소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돌아오시자 내일 일정에 대해 상의를 시작했다. 아빠는 오늘 너무 늦는 바람에 못 본 곳이 너무 많다면서 자기는 혼자 다시 교토로 가시고, 우리는 해유관으로 가라고 했다.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배가 4시에 있고 출국 수속은 3시부터 시작을 해서 적어도 2시에는 해유관을 나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일정을 잡고 잤다.

ㆍ12월23일(월) 아마가사키에서 오사카 카이유관을 보고 배를 탐

일정대로 아버진 일찍 떠나셨고, 우리는 해유관으로 갈 준비를 다 마치고 떠났다. 다행히도 해유관이 있는 역은 우리가 타고 나갈 항구역의 바로 다음역이라 가까웠는데 이번에도 역과 해유관까지 가는데 30분이나 걸렸을 정도로 멀었다. 해유관은 카이유칸이라고 불리며 동양최대의 해양박물관이라고 했다. 수족관도 아니고 해양박물관이라고 하니 상당히 대단한듯싶어 몹시 들떠 그곳으로 향했다. 역시 겉은 멋졌다. 일반 아파트에 물을 부어넣은 것 같은 구조였다. 과연 대단한 스케일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짜증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때문에 휠체어를 빌리려고 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40분이나 되었다. 안내데스크의 안내원이 그래도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표정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겉모습의 거대한 스케일로 미루어 볼 때 현재 시간은 10시이고 가이드북은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으나 왠지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은 느낌에 자꾸 급해지고 짜증이 났다. 결국 40분을 소요하긴 했지만 어쨌든 휠체어를 빌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해양박물관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무색하게 내부구조는 일반 수족관보다 스케일이 조금 더 큰 정도이고 그나마 수조가 너무 커서 같은 수조를 4층이나 내려가는데 보여서 나중엔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노령화 인구가 많고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일본이라 휠체어를 끌고 층을 이동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지만, 밀집된 대형을 뚫고 가까이 구경을 하러 가기에는 면적이 커서 자리차지하는게 약간 불편하였다. 하지만 나로서는 TV로 이런 희귀스런 어류를 보나 밖에서 유리를 통해 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여 특별한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그래도 처음 본 종류가 많아 1km 남짓한 긴 복도를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데 그리 힘들진 않았다.

해유관 구경을 하고나서 바로 옆 백화점 지하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번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진 못했다. 더더군다나 우리를 통솔하는 어머니의 시계가 11시50분에 멈춰버려 1시30분이 다 되도록 느긋하게 맛을 즐기고 있었으니, 모두 조급해져서 빨리 밥을 해치우고 밖으로 나왔다. 할아버지는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였으나 엄마는 지하철은 바다 밑을 지나기 때문에 한 정거장 차이지만 택시를 타고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하기 때문에 더 많이 돌아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더 많이 든다고 하셨다. 여하튼 다시 걸어서 역까지 간 후 오사카항 역에 도착하자 2시 30분이 되었다. 우리는 급하기도 하고 너무 멀기 때문에 택시 2대에 나눠 타서 항구로 가기로 했다. 가는데 650円(한국 돈 6,500원)이 들기는 했지만 자동문이라는 신기한 시스템도 구경했고 무엇보다 1시간이나 걸었던 거리를 단 5분만에 왔다는 것에 대해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그런데 너무 빨리 온 게 문제였다. 수속시작은 3시인데 2시 40분에 항에 도착하니 20분이나 남고 또 아빠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20분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와 사촌동생과 내 동생은 항에 짐을 잘 정돈해두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돌아다니다가 3층에 올라갔는데 거기서 한 일본인 식구를 만났다. 그 중에서 부부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먼저 영어로 말을 걸어왔고 나도 대략 영어를 구사할 줄 알고 또 그 사람들이 한국말을 조금이나마 알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되었다. 그 사람들은 경북 영주에 사는 한국인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그 친구 분이 자기네들이 도착할 시간을 알려주면 데리러 간다고 했지만, 일본에서 전화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배에서 하려고 하는데 배에서 전화가 되냐고 물어봤다. 나 나름대로 휴대폰은 갑판에 나가야 되지만 배 안에 공중전화가 있어서 아마 한국영해에 닿으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선하고 나서 별 탈 없이 친구분을 만난 것을 보면 제대로 전달이 되었다보다. 그 일본인과 얘기가 끝나고 짐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아빠가 계셨다. 오늘이 천황의 생일이라 공짜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가봤는데 오히려 생일이라고 놀기 때문에 지방정부에서 관리하는 유적은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그 외의 것은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이번도 역시 저번에 탄 Pan Star Ferry란 배를 이용하게 되었다. 낮에 출발해서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심심할까봐 걱정했는데 저번과 변함없이 눈에 익은 승무원들이 있어서 승무원들과 재밌게 놀았다. 승무원들 중에 한국인도 있었지만, 동남아계열이 많았는데 특이하게도 한 사람만 서양사람처럼 생겼다. 승무원들은 간단한 의사표현은 한국말, 일본말로 할 줄 알았고 내 엉터리 영어도 알아들어 주어서 편하게 대화를 했더니 그 사람은 스페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를 가진 필리핀 사람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 사람을 보고 \'당신 정말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다(You look so handsome like a movie star)\'라고 칭찬해주니 그 사람은 무척 기분 좋아하면서 짐도 들어주고 싱글벙글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즐거워 했다. 그렇게 놀고나서 사우나를 또 이용했다 처음엔 나 혼자밖에 없었는데 조금 지나자 지금의 일본천황(아키히토) 그 아버지(히로히토)를 그렇게 싫어한다는 일본분과 온천에서 만났던 한국인 아저씨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 아저씨와는 물에서 인연이 깊은 것 같았다. 9시가 되자 나는 방에 돌아와서 그냥 자버렸다.

ㆍ12월24일(화) : 배를 타고 부산항으로 돌아옴

오늘의 계획은 일찍 일어나서 사우나를 이용한 후, 다가오는 부산항을 감상하는 것이었는데 아침식사를 놓칠 정도로 늦잠자는 바람에 다 망쳐버렸다. 일어나자마자 밖에 나가보니 사람들이 모두 짐을 챙겨서 나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그걸 보고나서 바로 내 방으로 가서 짐을 싸고 나왔다. 다행히 일행을 놓치지 않고 줄을 서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게 섭섭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페리호를 뒤로 하고 항구를 나왔다. 그러고 나서 콜벤을 타고 할아버지댁까지 왔다. 콜벤은 처음 타봤는데 확실히 택시보단 승차감이 좋고 비쌌다.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댁 주차장에 주차시켜 놓았던 차를 타고 다음날 분당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우리 가족들기리만 가는 여행이라 좋았다. 처음 하는 일본여행이라 많이 긴장했었는데 다행히 일본사람들이 친절해서(적어도 겉으론)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일본의 유적들은 전혀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중국만큼 웅장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심한 가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양사람들이 일본을 많이 찾는 이유는 늘어나는 노령화인구를 적절히 이용하여 쓰레기를 줍는 등 사회에 써먹는 일본정부의 복지정책과 친절한 일본인들의 인간성 덕분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도 빨리 선진국 대열에 올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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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베이징사람들 : 중앙일보 기사 구태익 2985 2002.06.29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