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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라면의 본고장 일본

구태익 | 2003.12.12 01:01 | 조회 3593
\"손가락을 크게 벌려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리세요. 밀가루와 소금물이 제대로 섞이지 않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사누키 우동의 면발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밀가루에 소금물을 붓고 우동 반죽을 시작하자 가가와 마사하키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실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일본 우동의 전반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하던 목소리와는 사못 다르다. 시키는 대로 5분여 동안 손가락을 갈구리처럼 벌려 열심히 오른쪽으로 돌렸다.

처음엔 소금물이 닿은 밀가루만 질퍽하게 큰 덩어리를 이루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마른 밀가루를 흡수하며 잔 밀가루 덩어리로 바뀌었다. 하얗던 밀가루 색깔이 노랗게 달라졌다. \"밀가루와 소금물이 잘 혼합된 것은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이 과정이 사누키 면발의 품질을 50% 이상 좌우합니다.\" 그제서야 목소리 톤이 올라간 까닭을 이해했다.

지난달 30일 사누키 우동의 발상지인 일본 시코쿠(四國)섬 가가와(香川)현의 한 우동공장에서 열린 \'사누키 손우동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직접 우동을 만들어 보았다. 사누키 우동은 면(麵)의 나라 일본에서도 대표로 꼽힌다.

체험의 다음 단계는 잔 밀가루 덩어리를 하나로 뭉쳐 비닐봉투에 넣고 면대를 만드는 것. 서울에서 만들어본 칼국수 반죽보다 수분이 적어 무척 힘이 들었다. 반죽을 평평하게 펴서 밀대로 밀기를 몇차례. 손바닥이 아프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였다. 어쨌든 30여분 만에 두께 3㎜의 사누키 손우동의 면을 뽑아냈다.

\'한국의 칼국수가 이 정도 두께라면 손님들이 모두 도망갈 텐데. 도대체 몇 분이나 삶아야 속까지 다 익을까. 겉만 익고 속은 안 익는 게 아닐까\'. 면을 삶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이 앞섰다.

정확하게 10분 뒤 면을 그릇에 담았다. 사누키 우동을 먹는 기본 스타일인 가마아게 우동이다. 젓가락으로 면을 건져 쓰유(메밀국수를 찍어먹는 간장국)를 찍어 입에 넣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

면을 삶는 동안 걱정했던 것은 모두 기우였다. 삶는 동안 면이 물을 흡수해 살짝 불었지만, 겉이고 속이고 골고루 잘 익었다. 혀에 닿는 촉감은 부드러우면서 씹을 때는 쫄깃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누키 우동이 한국인도 입맛을 다실 정도로 맛이 좋은 비결에 대해 가가와는 세 가지를 꼽았다.

\"사누키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인데 옛부터 이곳에선 질 좋은 밀을 생산하기에 알맞은 기후적 요건을 갖췄고, 연안에서 좋은 소금이 나는 데다 우동 국물의 맛을 좌우하는 멸치잡이가 번성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면의 천국이다. 일본인의 기본 주식은 쌀이지만 식생활에서 면을 빼놓을 수 없다. 도회지의 번화가를 누비거나 시골 골목길을 다녀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곳이 우동·소바·라면 전문점이다. 많은 일본인이 이런 면 전문점에서 하루 한끼 이상을 해결한다.

오사카에서 면 전문 컨설턴트로 일하는 가네야마 나가오는 \"일본인에게 면은 단순히 값이 싸거나 먹을 것이 부족해 찾는 먹거리가 아니다. 별미로 즐기는 주식으로 이해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일본면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 밀가루로 면발을 굵게 만든 우동과 메밀가루로 만든 소바, 그리고 중화면으로 뽑은 라면이다. 여기에 면발이 가는 소면을 추가해 네 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일본 면식 문화의 특징은 간토(關東·도쿄 일대)와 간사이(關西·오사카 일대)가 뚜렷하게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간토에선 소바를, 간사이에선 우동을 즐긴다고 말한다. 간토 지방에선 우동도 소바처럼 면발이 가는 것을 먹는다. 보통 삶은 우동의 면 두께는 4~5㎜인데 비해 소바는 그 절반인 2㎜ 내외다. 국물의 간도 차이가 난다. 간토 지방 쪽이 색이나 맛이 더 진하다. 전주대 문화관광부 한복진 교수는 \"간사이 지방에선 다시마·메시부시 등을 우려낸 장국에 옅은 색의 간장으로 맛을 내는 반면 간토 지방은 향이 강한 가쓰오부시·고등어포로 장국을 내고 진한 간장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우동이라고 하면 중국집의 중화우동이나 가락국수를 떠올린다. 모두 뜨거운 장국에 말아서 내는 우동이다. 그러나 일본식 우동은 삶은 면을 메밀국수처럼 간장국에 찍어 먹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소바(자루소바)인 메밀국수는 우리나라에선 삶은 면을 찬 물에 헹궈 차가운 간장국에 찍어 먹는 것이 대부분인데, 일본에선 우동처럼 뜨거운 장국에 말아먹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이 흔히 말하는 라면(라멘)은 \'끓는 물에 3분간 끓여 계란을 톡 터뜨려 먹는\' 인스턴트 라면이 아니다. 노란색이 나는 중국식 생면을 삶아 돼지고기·닭고기 국물에 말아낸 것이다. 국물의 간은 된장·소금·간장으로 맞추고, 얇게 저민 돼지고기·콩나물·죽순 등을 웃기로 얹기도 한다.

일본에선 지역별로 특색있는 라면(그림 참조)을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라면이 하카타(규슈 후쿠오카 지역)의 돈코쓰 라면, 삿포로의 미소(된장)라면, 도쿄의 쇼유(간장)라면 등. 세가지 모두 면은 거의 같은 스타일이지만 국물은 큰 차이를 보인다. 돈코쓰 라면의 국물은 돼지 뼈를 푹 고아 걸쭉하고 뿌연 색에 기름까지 둥둥 떠 있다.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우리나라 감자탕과 흡사하다. 삿포로 라면 국물은 맑은 돼지뼈 육수에 마늘을 넣고 된장을 풀어 만든 것이다. 된장 국물의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도쿄 라면은 닭뼈·돼지뼈 육수에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우려낸 물로 끓여 간장으로 간을 해 깔끔한 맛을 낸다. 보통 한 그릇에 6백(약 6천원)~8백엔이다.

오사카 난바역 근처의 \'누들 시티(Noodles City)\'는 일본의 면 문화를 한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인 \'난바파크\' 7층에 있으며, 입장료는 없다. 입구에 들어서면 수제비 스타일의 일본 최초의 면 모형과 함께 일본 면 요리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좀더 발걸음을 옮기면 우동·소바·라면의 순으로 지방별로 특색있는 면 요리 모형을 만날 수 있다.

좀더 안으로 들어가면 직접 맛볼 수 있는 각 지역 대표 면 전문점들이 등장한다. 홋카이도에서 규슈에 이르는 면 요리 전문점에서 열 곳만 골라 입점시켰다. 기와를 그릇삼아 나오는 야마구치현의 와(瓦)소바와 7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아키타현의 이나니와 우동, 카레국물로 말아낸 나고야 지방의 카레우동을 비롯해 가가와현의 사누키 우동, 가나가와현의 요코하마 라면, 나가노현의 로멘도 선보인다.

값은 한 그릇에 4백(4천원)~1천50엔(1만5백원). 몇 명이 모여 이집 저집 돌아가며 한두 젓가락씩 맛을 보다 보면 일본 면 요리 일주를 하는 셈이 된다. 누들시티의 출구 쪽에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각종 면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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