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정보기억 정보기억에 체크할 경우 다음접속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개인PC가 아닐 경우 타인이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PC를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체크하지 마세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0 : 중앙일보

구태익 | 2004.10.04 01:01 | 조회 2983
10. 쥐만 잘 잡으면 \'좋아~ 좋아~\'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잘 알려진 말이다. 그러나 이는 덩샤오핑이 처음 말한 것은 아니다. 그의 고향 쓰촨(四川)성에서 오래 전부터 쓰이던 말이다. 방법이야 어떻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뜻이다. 중국식 실용주의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검은 것은 불규칙적이고 비규범적인 것, 따라서 불법의 냄새를 풍긴다. 반면 하얀 것은 규범적이면서 정규적인 것, 합법을 가리킨다. 그러나 중국 사회는 흑과 백을 통해 겉으로 나타나는 선(善)과 악(惡)의 대립적 이미지를 곧잘 무시한다. 마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말이다. 즉 흑백 모두를 현실적으로 아우르는 경향을 띤다. 이른바 \'흑백양도(黑白兩道, 흑과 백의 양쪽 방법을 같은 비중으로 보는 관점)\'다.

예를 들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치자. 사법기관에 호소해 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백도(白道)를 취하는 것이다. 반면 깡패 집단에 부탁해 해결을 구한다면 이는 흑도(黑道)를 택하는 것이 된다. 중국에선 이 흑백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 의식이 녹아 있는 삶의 현장을 보자. 중국 도시엔 택시 수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꽤 많은 불법 영업 자가용차들이 굴러다닌다. 한국에서 이른바 \'나라시\'라고 하는 이들 차량은 중국에선 \'헤이처(黑車)\'라고 불린다.

헤이처를 모는 기사들은 외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 또는 외국 기업이 밀집한 사무실 근처 등에 자주 나타난다. 차를 대놓고 기다리다가 단골 손님만 나타나면 \"나 여기 있다\"고 당당히 소리친다. 함께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정규 택시 운전사들의 반응은 한국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 \"야, 너 오늘 장사 잘 된다\"는 격려나 \"잘 갔다 오라\"는 덕담성 인사가 대부분이다. \"왜 불법 영업으로 우리 장사를 망치느냐\"는 멱살잡이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헤이처 기사들은 대도시 교통 수요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갖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北京)의 왕징(望京)에서도 헤이처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 지역에만 500대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헤이처를 운전하는 중국인 기사의 말이다. 비교적 깨끗한 차량에 \'당신의 친구○○○\'라는 명함까지 들고 다닌다. 수입은 하루 13시간 이상을 뛰는 일반 택시 기사들의 수준을 넘어서기 일쑤다.

헤이처의 위상이 대변하듯 중국에선 이 \'흑\'자 항렬(行列)이 즐비하다. 불법 영업을 하는 일반 가게는 \'헤이뎬(黑店)\'이고 성병(性病)을 치료해주는 무면허 의원은 \'헤이전쒀(黑診所)\'다. 깡패나 조폭 집단을 일컫는 \'헤이서후이(黑社會)\'는 버젓이 중국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대만의 밤을 주무르는 주롄방(竹聯幇)이나 홍콩과 동남아를 휩쓰는 싼허후이(三合會) 등은 너무나 잘 알려진 조직이다. 사회주의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개혁.개방의 바람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굵직굵직한 조폭들이 맹렬하게 세를 확장 중이다.

중국 경찰은 \'범죄와의 전쟁\'을 외치며 이들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박멸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이 \'흑\'자 집단과의 공존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얼핏 보면 중국 사회는 불법이 판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여기엔 현실에 발판을 두고 여러 이해 관계를 조율하면서 사회의 동력을 그대로 이끌고 가려는 중국인들의 강한 현실주의적인 측면이 엿보인다. 이는 사물의 생성과 소멸을 음(陰)과 양(陽)의 \'기(氣)\'로 파악하려 했던 중국의 고대 우주관과 그 맥이 닿아 있다. 즉 음과 양, 흑과 백의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현재라는 시점에서 모든 것을 조율하는 중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실주의자들이라고 하겠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http://news.joins.com/component/htmlphoto_mmdata/200410/htm_2004100319004740004300-001.JPG>

▶ 불법 영업 택시인 ‘헤이처’(左)가 버젓이 요금 계산기까지 갖추고 지린성 창춘시 거리를 누비고 있다. 정규 택시와 달리 지붕에 택시 표지가 없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77개(4/9페이지)
답사자료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17 답글 울릉도 답사일정 : 최종~!! 첨부파일 구태익 3097 2005.08.08 01:01
116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7 : 중앙일보 구태익 3130 2005.02.12 01:01
115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6 : 중앙일보 구태익 3125 2005.01.12 01:01
114 미리 보는 서울숲, 뚝섬 '센트럴파크' 구태익 3452 2005.01.01 01:01
113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5 : 중앙일보 구태익 2992 2004.11.23 01:01
112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4 : 중앙일보 구태익 2924 2004.11.15 01:01
111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3 : 중앙일보 구태익 2728 2004.10.28 01:01
110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2 : 중앙일보 구태익 2779 2004.10.19 01:01
109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1 : 중앙일보 구태익 2647 2004.10.12 01:01
>> [다시보는 중국 중국인]-10 : 중앙일보 구태익 2984 2004.10.04 01:01
107 소쇄원 웹사이트 개통...^^ 구태익 2637 2004.10.01 01:01
106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9 : 중앙일보 구태익 2762 2004.09.30 01:01
105 가볼만한 전국의 식물원ㆍ관광농원 등 첨부파일 구태익 3007 2004.09.20 01:01
104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8 : 중앙일보 구태익 2591 2004.09.18 01:01
103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7 : 중앙일보 구태익 2847 2004.09.08 01:01
102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5 : 중앙일보 구태익 2760 2004.09.06 01:01
101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6 : 중앙일보 구태익 3080 2004.09.06 01:01
100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1 : 중앙일보 구태익 2631 2004.09.02 01:01
99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2 : 중앙일보 구태익 2706 2004.09.02 01:01
98 [다시 보는 중국 중국인]-3 : 중앙일보 구태익 2607 2004.09.02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