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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풍수사상

구태익 | 2002.05.22 01:01 | 조회 4173
우리의 전통지리사상인 풍수지리학을 미신이나 사술(邪術)이 아닌 학문적 체계로 올려
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는 최창조교수님의 강연내용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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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시겠지만 풍수 사상이라는 것이 매우 광범위하고 난해한 분야이기 때문에 한시
간 반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최근에 관심
을 가지고 있던 몇 가지 문제 위주로 현장 사진을 보면서 아주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
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땅을 보는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 말씀드리겠는데, 말하자면 풍수의 정의 비슷한
게 되겠지요. 그 다음에 땅의 해석에 대한 여러 가지 예를 소개하고 사람들이 어떤 방
식으로 땅에 의지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터잡기가 잘 되지 않은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고, 끝으로 중국 풍수
는 터가 나쁜 경우에는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버리지만 조선 풍수에서는 그것을
고쳐서 쓰는데 그 사례들을 소개하는 정도로 진행하겠습니다.

저도 몇 년 전까지는 터를 잘 잡아서 잘 먹고 잘 살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
런 신비주의적 요소가 상당히 강한 술법 풍수에 빠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근래
에 와서 저의 관심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결국 땅이라는 것은 연극
에 비유하면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떤 식으
로 연출하느냐, 배우들이 어떻게 움직여 주느냐, 즉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
게 되었습니다.

조금 다른 예로《삼국사기》의 고구려 본기 태조왕조에 보니까, \'재앙과 복록은 나가
고 들어오는 문이 두 개가 아니다\' 라는 화복무문(禍福無門)이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오직 사람이 그것을 불러들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디에 땅을 쓰면 복이 들어오고
어디에 땅을 쓰면 재앙이 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여하튼 풍수가 땅에 대한 잡
술적, 술법적 기술은 아니라는 겁니다. 좀 과장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땅에 대
한 사랑, 사랑을 바탕으로 한 땅과의 얘기 나누기, 그리고 자연을 읽는 지혜가 아마
도 정통 풍수사상에 가장 근접한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사람을 대하듯 땅을 만나면 되는데, 땅이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면 풍수를 이해하기가 가장 쉬우실 겁니다. 즉 땅과 그 땅에 의지하고
자 하는 사람 사이에 서로 감응을 교환할 수 있는 관계만 성립된다면 그것으로 그에
게 맞는 땅이 됩니다. 요즘 그 땅에 의지할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고 이 땅은 좋다,
저기는 나쁘다는 식의 표현들이 간혹 나오는데, 이것은 풍수의 근본적인 원리로 보면
전혀 있을 수 없는 얘기가 됩니다.

누가 어떤 의도로 땅에 의지할 때 서로간에 감응(感應)함이 있느냐를 따져 보는 지혜
가 풍수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그 사람에
맞는 땅이라는 것은 천차만별이 되는 셈입니다. 예를 들면 황량한 중산간 지대를 보
고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너무 쓸쓸해서 저런 데는 싫다는 마음을 갖
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만약 마음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그것이 이론적으로는 괜찮
은 땅이라 하더라도 그에게 좋은 땅이 될 까닭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제주대학에서 한라산 정상을 보았을 때, 들판에서 일하시는 아버님
뒤로 집에서 숨어 있는 듯, 그러나 언제나 안정감을 주고 있는 어머니와 같은 그러한
모습을 저는 읽었고, 또 상당히 많은 사람들도 정서적인 동감을 합니다.

또 설악산의 경우, 내설악과 외설악이 상당한 차이를 주는 것은 사실인데, 전체적으
로 산이 가지고 있는 성격은 수려하긴 하지만 장엄한 맛은 떨어진다는 식으로 표현하
기도 합니다. 산이 참 아름답지요. 그러나 탈속하면 모를까 세속의 생활을 계속하고
자 하는 사람이 저기에서 그냥 파묻혀 살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허탈케 하는 부분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산청 쪽에서 지리산의 전체 모습을 보면, 지리산은 좀 특이한 경우로 수려하기
도 하고 장엄하기도 하다는 표현을 씁니다. 산 중에선 가장 칭찬을 많이 받는 산이기
도 하지요. 이 산은 들어가면 나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 주는 산
이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단서를 두고 싶은데, 풍수를 전공하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생
각을 했지만 꼭 여기에 동의하실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
은 산에 대한 성격평가에 동의를 하게 되면 풍수가 술법이 아니라 상당히 객관성을 가
진 학문으로 승화될 수도 있을 텐데, 아직은 그런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산들은 이른바 명산입니다마는 조선의 자생 풍수의 경우에는 명산에 명
당이 없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습니다. 이것은 바로 한의에서 얘기하는, 아무리 병이
깊어도 심장을 직접 건드리지는 않는다는 뜻과 똑같습니다. 생기의 원천이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 것이지요.

여기에 계신 분들 중에는 아마 가보신 분도 계실 줄로 압니다만, 천불천탑으로 유명
한 운주사를 놓고 볼 때, 이 절이 있는 산의 경우는 아까 보셨던 산들과는 전혀 성격
을 달리합니다. 이런 산들은 시골에서 살던 사람들이라면 우리 동네 뒤에 있던 산처
럼 생각되는, 자랑할 건 없지만 마음을 아주 포근하게 해주는 그런 산인데, 자생 풍수
의 시조인 도선국사가 잡았던 산들이 거의 대부분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산들
로 꾸며져 있습니다. 여하튼 자생 풍수에서 즐겨 얘기하는 산들은 오히려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런 산들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여기서부터는 옛사람들이 땅의 성격을 파악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가지 제시하겠습
니다. 장소가 어디에 있고, 어떤 용어로 표현했는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왜 그런 식으로 봤는지, 또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읽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시면
됩니다.

먼저 법흥사라고 하는 절이 있습니다. 그 절로 들어가는 어귀에 요선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아래쪽에서 보면 이른바 \'비학등천형(飛鶴登天形)\'으로, 말하자면 학이 땅을
박차고 양쪽 날개를 쫙 펼치고 솟아오르는 것과 같은 형태로 보입니다. 이곳 뒤쪽에
조그마한 마을이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심성에 상당히 많은 영
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최근 관심을 끌게 된 환경심리학의 이론을 꼭 끄집어내지 않더
라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일 겁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습니다만 당대 최고수이셨던 배종호 선생은 우연한 기회에 꿈에서 땅
과 얘기를 나누는 단계, 즉 도안(道眼)을 얻으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도안의 길
에 접어들게 되면, 흙과 돌무더기에 나무와 풀이 자란 물질에 지나지 않는 그 산이 땅
을 박차고 하늘로 비상하는 학의 모양으로 명실상부하게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여하튼 이것이 아직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
혀 신경쓰실 일은 아닙니다.

관악산은 다 아시죠? 이 산의 연주암이라고 하는 절은 제비집 모양이라고 얘기합니
다. 그런데 대웅전이 절의 중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쪽 귀퉁이에 치우쳐 있습니
다. 그러면 왜 가장자리로 자리를 잡았겠는가? 우리 자생 풍수가 중시하는 것은 균형
보다는 오히려 조화 쪽입니다. 흔히 보면 사람의 얼굴이 균형을 이룬 것 같지만 조금
만 들여다보면 눈도 짝짝이고 눈썹 모양, 입 모양도 왼쪽, 오른쪽이 같은 사람은 없습
니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불안감을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균형을 이루지는 않았지
만 조화는 이루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원칙적으로 균형보다는 조화를 따진 것도 되지만, 제비집 가장자리에 있는 제
비들은 어미 제비가 먹이를 물어다 주면 잘 받아먹는 데 반해 가운데 있는 놈들은 어
미 주둥이가 닿지 못해서 결국은 굶어 죽고 만다는 얘기와 관련지어 대웅전이 가장자
리에 위치한 까닭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도저히 합리적인 생각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풍수가 현대적 학문으로 들어서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함양 쪽에서 바라본 백운산을 생각해 봅시다. 이 백운산을 경상도 쪽에서는 \'장군
대좌형(將軍對坐形)\'으로 본 반면 저쪽 너머 전라도 사람들은 똑같은 백운산을 \'광대
상무형(廣大相舞形)\'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같은 산이라도 조금 시야를 달리하면 자태
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명백히 같은 산을 놓고 한쪽은 장군이 버티
고 앉아 있는 것으로 봤고, 다른 한쪽은 광대가 춤을 추는 모양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영남쪽 사람들은 장군에 대한 소망이 크고 전라도 사람들은 예인 기질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장난 삼아 해본 적도 있습니다. 여기 장군과 저쪽
장군이 대좌한다는 뜻에서 장군대좌형이라고 했는데, 안쪽에 상당히 넓은 분지가 마련
되어 있어요. 거기에 장군이 둘이나 지켜주고 있어서 우리 마을에는 도둑놈이 없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 워낙 못사는 마을이라 도둑이 들어갈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조금 어려운 부분인데 \'옥녀단좌형(玉女端坐形)\'이라는 게 있습니다. 옥녀 앞에
는 길이 있는데 여기는 반드시 병풍산이 필요합니다. 이 산은 옥녀가 보는 거울산으
로, 옥녀는 귀한 여자이기 때문에 거울을 안 보듯이 옆으로 들고 있어야 된다고 하는
데 지금 이 배치는 그런 원칙을 그대로 따르는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토지개발공
사에서 여기에 대지를 조성한다고 이 병풍산을 밀어낸다고 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 옥녀단좌형의 핵심적인 혈장이란 것은 이른바 쭈그리고 앉아 있는
옥녀의 둔부에 해당되는데 이 병풍산을 치워 버리면 둔부가 보여서 옥녀가 갑자기 길
거리여자가 되어 버리고 저 산이 가지고 있던 우아함이라는 것도 없어져 버리고 말지
요. 여기까지가 풍수적 설명입니다.

표현을 비논리적으로 했지만 근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안쪽에 살던 마을사람들
입장에서는 바깥쪽 사회 공간과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 공간 사이에 완충 작용을
하는 병풍산이 없어지게 되면 심리적으로 상당한 불안감을 갖게 된답니다. 그러므로
저 병풍산을 살리는 것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심리적 안정감을 줄 것이라
는 식의 논리는 가능합니다.

풍수에서 말하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땅기운이 살아 있는 자식에게 전달된다는 이 점
은 설명하기가 굉장히 난해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세 가지만 간추려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산소 문제를 일으키는 까닭은 아무리 산소가 소응(昭應)하는 것이 후손에
게 복을 끼치는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상을 당하고 난 다음에는 정신이 없어서
휘둘리기 마련인데, 이때 묏자리에 대해 100명의 지관이 모인다면 100명이 각기 다 다
른 소리를 하게 됩니다. 결국 자식이 고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님이 돌아가신 경우에 자식이 아버님을 모시기로 한 그 자리에 가서 1
시간만 엉덩이를 땅바닥에 붙이고 앉아 있으면 아버님의 성품을 가장 잘 아는 그 자식
을 통해서 땅의 성격이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한 감응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습니
다. \'여기라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시겠구나, 됐다!\'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것
으로 사실상 판단은 끝난 겁니다.

단, 고려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는 꼭 피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첫째 도시혈(盜屍穴) 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산소의 밑에 있는 나
무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데 양옆에 있는 나무들을 보면 전부 다 기울어져 있는 경우
가 있습니다.

이것을 서양 사람들은 매스 웨이스팅(mass-wasting) 현상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소일 크립(soil creep)에 해당됩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지표면은 사람이나 짐승이
밟아 놓기도 하고 비가 내리기도 하고 얼마는 다져지기도 하고 또는 식생 때문에 그대
로 있고, 또 밑에는 기반암 바윗덩어리니까 그대로 있는 데 반해서 그 사이의 토양층
이 서서히 사면이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산소의 본지(本地)는 그대로 있는데
밑의 관(棺)은 흘러내려가 버리고 마는 거죠. 여하튼 이게 왜 문제가 되냐 하면 혹 이
장할 경우가 생겼을 때 이와 같은 소일 크립 현상이 있는 곳에 산소를 썼다면 상당히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신이 한쪽은 멀쩡한데 한쪽은 부
식된다거나 돌아 버렸다거나 혹은 없어져 버린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사면 이동이라고 아주 쉽게 말씀드렸는데, 조금 자세히 얘기하면 토양의 입자이
동입니다. 토양의 입자가 겨울이 되어서 얼면 서릿발 튀어나오는 듯이 지면에 대해서
직각 방향으로 튀어 오르지만 돌아갈 때는 지구 연직 방향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서서
히 이동을 하기 때문에 그 다음의 토양의 운동이라는 것은 불규칙하기 짝이 없습니
다. 그러니까 관이 돌아가 버리기도 하고 그냥 저 혼자 굴러 버리기도 하는 현상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지요. 도시혈 자리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은 아까 보듯이 잘 자
란 나무가 연직(鉛直)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시설물이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자꾸 수
그러진다거나 축대가 서서히 배가 불러오다가 여름에 비가 많이 내려서 탁 쓰러졌다
면 이 주변 일대가 도시혈의 혐의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땅은 아무리 아
버님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 감응을 느껴서 정했다 하더라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
다.

두 번째로 지하 수면이 지나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두 장소를 피하고 아버
님의 성품과 그 땅의 성격을 맞춰 주기만 한다면 공연히 이런 사람, 저런 사람에게 사
기 당할 일은 없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우리 풍수에서는 터를 고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제주도 성산읍 시흥이
라는 마을이 있는데, 바다 쪽으로 돌탑이 있고 그 돌탑 위에는 돌하루방이 하나 얹혀
져 있습니다. 지금 시흥이라는 마을의 터는 어떠냐 하면 이른바 백호세(白虎勢)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오른쪽에서 어머니가 피곤해서 두 손을 놓고 있는 형태로 아기가 어
머니 가슴팍에 매달리는 꼴입니다. 따라서 여기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입지지
요.

그래서 그걸 고치기 위해 비보책(秘補策)으로 세운 것이 여기 사람들이 얘기하는 영등
하루방입니다. 2월 보름경에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바람을 타고 영등할망이 망태기에다 불을 담아와서 마을에 불이 잘 난다고 생각하여
하루방을 내세웠다고 합니다. 이것이 할망한테 하루방을 보내서 마음을 가라앉히자는
얘기가 되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등할망이 마을로 들어올 때 배꼽 정
도 높이로 땅을 쓸듯이 바람이 지나갑니다. 그러니까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바
지 자락은 사정없이 펄럭이는데 머리카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 그런 바람으로, 이 바람
이 마을에 들어와 담장에 부딪치면 소용돌이를 치게 되고 불씨를 만나면 그대로 불을
옮기게 되죠. 그런데 돌하루방의 배치가, 시흥 마을 어느 집에서나 문 열고 나오면 보
이도록 참 절묘하게 배려되어 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눈뜨고 밖으로 나오
면 돌하루방을 보면서 불조심을 마음속에 담아 놓게 됩니다. 그러니까 빨간 글자로 담
장에 무자비하게 써 놓은 \'자나깨나 불조심\'보다는 이 돌하루방이 불조심 표지판으로
서는 얼마나 멋있습니까? 그것이 미신적이라고 해서 없애 버릴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
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의 자생 풍수는 이런 식으로 땅의 허점을 고쳐 쓸 수 있
는 방법들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한 특징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생각들이 이제는 많이 확산되고 있는데, 저는 풍수 사상이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상당히 중요한 시사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연구업적이 너무 미미하고 지원도 없어서 언제 연구업적이 쌓이려는지 모르겠지만 그
래도 한두 사람, 서너 사람 이렇게 하나 하나 쌓아 나간다면 언젠가는 환경운동에 대
한 한국적 사상기반을 풍수가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
청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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