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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어원

구태익 | 2002.04.14 01:01 | 조회 9050
우리말 ‘아름답다’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그 하나는 알다(知)라는 동사 어간에 ‘음’접미사가 붙은 알음(知)에 ‘답다’접미사
가 붙었다는 견해다. 이 견해는 아름답다의 어원에서 보면 아는(知)것이 아름다움의
본질이 된다는 것이다. 이 설대로라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이야
기가 될 것이다. ‘알다(知)’의 어간에 ‘음’이 붙어서 된 명사에 ‘답다’접미사
가 붙어서 형용사가 되는 그런 조어법(造語法)은 국어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하겠다.

‘답다’의 접미사가 붙은 예를 들어본다. 신사답다, 숙녀답다, 어른답다, 소녀답다,
군인답다와 같이 명사에 붙는다. 답다 위에 붙는 명사는 전성명사(轉成名詞)가 아니
라 본래부터 명사였던 것이다. 아름답다의 아름을 알다의 어간에 ‘음’접미사가 붙어
서 명사가 된 것은 본디부터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서 바뀐 전성명사가 된다. 웃음답
다, 울음답다, 졸음답다(睡), 먹음답다(食), 닫음답다(門), 달음답다(走)와 같은 조어
법은 없다. 즉 동사의 어간에 ‘음’접미사가 붙어서 된 명사에 답다가 붙어서 형용사
가 되는 조어법은 국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름답다’의 알다는 명
사가 동사가 되고 접미사가 붙어서 형용사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품사의 전성
이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견해는 아름(抱)의 명사에 답다가 붙어서 형용사가 되었다는 설이다.
‘아름’은 두 팔을 쫙 벌려 껴안을 때 둘레의 길이와 두 팔로 껴안을 수 있는 양(量)
의 뜻을 지닌다. ‘세 아름이나 되는 느티나무’의 경우 아름은 길이(長)의 뜻이고
‘진달래 꽃 아름따다 뿌리오리다’의 아름은 양(量)을 뜻하는 말이다. 아름은 두 팔
로 껴안을 수 있는 길이나 양의 단위를 뜻하는 말임에는 틀림 없다. ‘아름’이 명사
로서 문헌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아(抱)은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677年刊)》에 나
타나고 아름(抱)은 《역어유해보(譯語類解補,1775年刊)》에 처음 나타난다.

그런데 앞서 나온 문헌에는 아놈(抱), 아(抱)으로 나타난다. 아놈(抱)은 《두시언
해》 초간본(1481年刊)에 나오고 《두시언해》 중간본(1632年刊)에 같은 단어가 아
(抱)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아람, 아름을 통시적(通時的)인 면에서 볼 때 아놈, 아에
서 변한 말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아놈, 아은 안다(抱)의 어간에 ‘옴, ’ 접미사
가 붙어서 전성명사가 된다. 즉 아름답다의 아름을 알다(抱)에서 왔다고 보면 안다
(抱)의 어간에 ‘옴, ’ 접미사가 붙어서 전성명사가 된다. 그러한 조어법으로 본다
면 ‘아름(抱)’에 ‘답다’ 접미사가 붙어서 형용사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답
다(美)의 말은 15세기 문헌에 나오기 때문에 알음(知)이나 아름(抱)의 두 뜻을 지닌
말에서 전성된 형용사로 보는 것은 통시적(通時的)인 면에서 불가능하다.

한자 ‘美’는 양(羊)자 밑에 큰 대(大)자와 어우른 자다. 본디는 큰(大) 양(羊)을 뜻
했으나 양의 모양과 그 성질에서 아름답다, 예쁘다의 뜻이 되었다. 또 양고기는 맛있
다에서 맛나다의 뜻으로 쓰이고 그것이 곧 美의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美자로 본
어원은 양의 모양과 성질과 양고기는 맛있다에서 맛나다를 아름다운 정서로 느꼈음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돈을 벌면 여행을 하고 한국 사람은 돈을 벌면 집을 사고 중국 사람
은 먹는다고 하는 말은 중국인의 미의식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북경대식
점(北京大食店), 상해대주점(上海大酒店)이 북경호텔, 상해호텔의 뜻인데 중국인은 호
텔을 숙박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개념으로 파악하
는 것도 美자와 맛나다의 관련된 사고에서 나온 발상이 아닌가 한다. ‘아름답다’의
말은 15세기 문헌에 나온다. “美아다씨니(석보상절(釋譜詳節) 13:9, 1447年刊)”와
같이 ‘아답다’로 나타난다. ‘아’이 명사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15세기 문헌
에 아이 명사로 여러 문헌에 나타나는데 그 아의 뜻은 나(私)의 뜻이다.

아름답다는 나답다의 어원을 지닌다고 하겠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함함하다”라고
하는 속담이 있다. 이는 누구나 제 새끼는 아름답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말
이 될 것이다. 아무리 곰보일지라도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 오목오목한 자국마다 사랑
이 샘솟듯 퐁퐁 솟는다고 하는 말도 있다. 자기 자식한테서 나온 배설물은 자기 몸에
서 나온 아가가 자기 몸에서 나온 젖을 먹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황금조각같이 아름답
지 않으냐라는 말도 있다. 사실 아름다움이란 극히 주관적이라 하겠다.

갸름한 얼굴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둥근 얼굴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눈
이 큰 사람을 좋아하는가 하면 실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한국의 전통적인
미인은 실눈의 여성이다. 이렇듯 아름다움의 표준이 개성적이고 주관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개성적이면서도 보편성을 지닐때 참다운 아름다움이라 하겠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아름답다의 아름(私)은 주관적이며 개성적이지만 아름답다가 될
때에는 개성적인 데서 객관성을 띠게 된다. 내 자식, 내 사람, 내 이웃, 내 나라일 때
에는 “나 아닌 것을 나답게 여기는 것”이 아름다움이 된다고 하겠다. ‘아름답다’
는 개성적이며 보편성을 띠는 아름다움 본질의 철학을 지니고 있는 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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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 2000년 8월호에 기고한 서정범명예교수(경희대 국문학과)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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