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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비롯된 조경의 역사

구태익 | 2013.01.10 01:01 | 조회 3078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행하는 정보지 [과학이 그린] '숲은 문명이다' 시리즈 vol. 9(2012)에 기고했던 칼럼 원문입니다. 산림자원을 연구하는 분들이 주로 보는 저널이어서, "숲"에 초점을 맞춰 조경의 역사를 소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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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가장 오래된 삶의 원천 : 자연으로부터 먹거리와 잠자리, 안락한 휴식처와 놀거리 등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했던 원시인류에게 숲은 가장 오래된 삶의 원천이었다. 이윽고 자연으로부터 보고 배운 바를 응용하여 스스로 작물을 길러낼 수 있게 된 인류는 먹거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던 유랑생활을 접고 정착생활을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숲은 경외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다.


숲을 신성하게 여긴 고대인 :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이룩한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천연의 숲을 quitsu라 하고, 여기에 짐승들을 풀어놓고 사냥을 하며 인위적으로 관리하던 일정구역을 kiru라 불렀다. 그러므로 kiru는 짐승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울타리도 치고, 사냥하다 지치면 쉴 수 있도록 언덕도 쌓고 소나무와 사이프레스를 심었으며 그 꼭대기에 신전(神殿)을 지었고, 언덕을 만들기 위해 파낸 저지대는 인공호수로 만드는 등 적극적인 조경을 도입하였다. 기원전 5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최전성기를 맞았던 신바빌로니아시대에는 국왕 네브카드네자르(Nebuchadnezzar) 2세가 사막의 나라 바빌론으로 시집온 산악국가 메디아출신의 왕비 아미티스(Amytis)가 향수병에 걸려 밤마다 외로워하자, 그녀를 위로하기 위하여 벽돌로 테라스를 쌓고 인공적으로 산을 만들어 그 위에 나무를 심고 유프라테스 강물을 끌어올려 숲을 조성하였으니 이것이 고대 7대 불가사의(不可思議)의 하나로 불리는 공중정원(hanging garden)이다.

 

고대 바빌론의 공중정원(왼쪽)과 이를 방불케 하는 테라스형 옥상녹화(일본 후쿠오카 : 오른쪽)

 

숲을 신성하게 여겼던 이러한 전통은 곧 서양으로 전해져, 고대 그리스에서는 언덕 위에 신전을 짓고 주변에 나무를 심어, 신성한 숲(聖林, sacred grove)으로 숭상하였다. 올림푸스 동산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겼던 성스러운 숲으로, 처음에는 신과 영웅들을 위한 제사를 지냈으나 나중에는 경기장과 노천극장이 들어서 고대올림픽 경기가 개최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성림(聖林)은 메소포타미아의 kiru와 달리, 그리스 시민이면 누구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늘날 공원의 먼 원형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숲을 신성시 하였던 것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주 계림(鷄林)삼국유사에 신라 시조(始祖) 박혁거세의 탄생설화가 서려 있고 삼국사기김알지의 탄생설화가 깃들어 있는 곳이어서, 신라왕조에서뿐 아니라 고려와 조선왕조에 이르러서도 국가적 보호를 받는 신성한 숲(聖林)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악랄했던 일제강점기에도 계림(鷄林)만은 일본인들이 함부로 어쩌지 못하여 오늘날까지 잘 보전되어 오고 있다.

 

왕실과 귀족이 소유한 사적 정원(的庭)으로부터 공공의 정원((共公)으로 : 서양의 왕족이나 귀족들에게 사냥은 그들의 고상한 취미생활의 하나로 전승되어 왔다. 영국귀족들은 지금도 많은 동물보호론자들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우사냥을 그들의 오래된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어에서 park이라 하면 지금은 흔히 주차장이나 공원으로 알고 있지만, 본시 영국 사람들에게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사냥을 즐기던 일정 구역(메소포타미아시대 kiru와 같은 의미)을 지칭하였다.

 

17세기에 이르러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자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노동자들은 그들이 직면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가혹한 노동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격렬한 노동운동을 벌였는데, 그들의 요구사항 가운데에는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여가공간을 제공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화답하여 영국왕실은 점진적인 개혁을 약속함과 더불어 그들과 화합하는 제스처의 일환으로 그간 왕실소유로 이어져 내려오던 왕실의 사냥터를 일반시민들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한다. 오늘날 버킹엄궁으로부터 국회의사당까지 런던의 중심부에 이어진 Regent park이나 Hyde park, St. James Park와 같은 공원들은 과거에 영국왕실이 소유한 사냥터이거나 정원들이었지만 이 시기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것들이다. 그러므로 과거 왕실 혹은 귀족이 소유했던 사적 정원(private garden) 혹은 수렵원(狩獵園 : park)은 이 시기에 와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 - 공의 정'public park 혹은 public garden'으로 전환을 맞게 된다.

 

다시 숲으로 : 하지만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300년 가까이 숲을 잠식해 왔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차 숲과 멀어져갔다. 우리 사회 역시 지난 반세기 동안 급속한 도시화와 더불어 생활양식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숲은 심각하게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숲에서 땔감과 먹거리를 구하지 않게 되면서 숲의 고마움과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우리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어져 가고 말았다.

 

흔히들 자연(혹은 숲)이라 하면 자동차를 타고 멀리 떠나야 만날 수 있는 국도립공원이거나 수려한 경관을 가진 큰 자연만이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최근은 도시 근교에 우연히 남겨진 동네 야산과 같이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평범하고 작은 자연이 갖는 가치와 의미에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사실 몇 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하는 장엄하고 웅장한 대자연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평범하고 작은 자연도 나름대로의 질서와 원리를 가지고 순환하며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담고 있음을 깨닫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토야마(里山) 운동이 바로 그것으로, 지역민들과 함께 마을 숲의 유래와 역사 등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켜내는 한편 마을 숲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알리는 환경교육의 장, 생물종의 다양성과 생태계 보전 기능, 더 나아가 관광사업의 하나로 발전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을 숲 운동이란 이름으로 도입되어 민간단체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큰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걷기 운동의 붐을 타고 조성된 올레길, 둘레길, 자락길 그리고 힐링(healing) 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삼림휴양과 숲 속 야영에 대한 관심은 우리가 잊고 있던 숲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것은 곧 사람의 편의를 우선으로 하던 기존 정비방식을 지양하고, 인간의 간섭과 교란을 최소화하는 대신 숲이 스스로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하고 북돋아주면 숲은 필시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되돌려준다는 깨달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도시공원을 정비할 때에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시설배치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숲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데에 최상의 가치를 두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통한 친환경적 공원계획 개념으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즉 이제까지 공원개발이 인간의 편의와 눈요기를 위해 가꾸어놓은 자연의 재현(再現)에 있었다면 이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목표로 일상의 체험을 통해 자연(혹은 숲)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최근 뚝섬 경마장을 개조한 서울 숲이나 위락시설이 있던 드림랜드를 리모델링하여 재개장한 북서울 꿈의 숲같은 경우는 도시숲의 보전과 정비가 어떻게 시민과 함께 하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마을 숲을 정비활용한 자연관찰의 숲(요코하마 : 왼쪽)과 자락길이 정비 중인 북서울 숲(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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