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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시련을 이긴 대한민국 영웅 [이성주의 건강편지]

구태익 | 2013.04.11 01:01 | 조회 517
1959년 오늘(4월 11일) 일본 도쿄 고마자와 구장. 도에이 플라이스(지금의 니혼햄)의 3회 말 공격 때 상고를 갓 졸업한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전날 3구만에 삼진을 당하고 상대방 타자가 친 평범한 공을 ‘만세’ 자세로 놓쳐 곧바로 교체된 ‘굴욕의 애송이’ 장훈이었습니다.

상대팀 한큐의 투수는 전해 14승4패의 기록을 세운 에이스 아키모토 유사쿠. 장훈은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굴욕을 이기려 새벽부터 배트를 가르며 칼을 갈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유사쿠의 강속구를 힘껏 때려 좌중간 2루타를 날렸습니다. 다음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쳤습니다.

이것은 신호탄에 불과했습니다. 장훈은 그 해 라이벌 왕정치를 누르고 신인왕을 차지했고 1982년 41세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3085안타에 7차례 수위타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왕정치보다 1년 늦게 은퇴했지만 1년 먼저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일본 야구계의 전설이 됐습니다. 장훈을 일본 프로야구에서 한 시절 잘 적응한타자로만 아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잊히고 있지만, 그는 불구와 민족차별을 이기고 힘든 시절 한국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영웅입니다.

그는 5살 때 드럼통에 불을 피우고 감자를 구워먹던 중 갑자기 후진한 삼륜차에 부딪혀 오른손이 드럼통에 빠지면서 화상을 입었습니다. 오른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녹아서 붙어버렸지만 장애를 이기고 왼손, 왼팔로 일본 야구사에 기적을 썼습니다.

장훈은 중학교 때 ‘조센징’을 괴롭히는 일본 학생들에게 맞섰다는 이유로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불량배들이 들끓는 고교 야간부에 들어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겨우 오사카의 야구명문 나니와 상고로 편입합니다. 그러나 나니와 상고생들이 이웃 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을 벌인 사고의 불통이 튀어 팀이 전국대회에 2년간 출전 금지당하는 황당한 일이 생깁니다.

이를 악물고 2년을 연습만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무리하게 투구연습을 하다 어깨가 망가져 ‘투수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큰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야구배트로 타이어를 두드리고 두드렸습니다. 피가 나면 붕대를 감고 두드렸습니다. 붕대가 피로 흥건해지면 자전거 튜브를 감고 때리는 그야말로 ‘피나는 훈련’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마침내 전국대회 예선에 출전해 13경기 중 홈런 11개, 타율 5할6푼의 기록을 세웁니다.

하지만 한국인을 차별하던 감독이 야구부 체벌사태의 책임을 장훈에게 덤터기 씌우는 바람에 꿈에 그리던 고시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합니다. 이때에는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재일동포 선수단의 일원으로 우리나라 야구대회에 참가하며 설움을 이겨냅니다.

장훈은 고교 졸업 때 프로야구 구단주의 귀화 요청을 거절하고 줄곧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삽니다. 1982년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하자 아무런 대가 없이 재일교포 야구인들을 찾아다니며 한국행을 권유했지요. 그가 보낸 장명부, 주동식, 김일융 등은 한국 야구의 수준을 단순간에 올리는데 기여했지요.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자화자찬의 사이비 영웅은 많이 소개되지만 장훈은 찾을 수가 없군요. 그는 지난해 우리나라 프로야구 30돌 기념식에 초대받지도 못했습니다. 교과서에서 장훈을 소개하지 못한다면, 그의 오른손이라도 소개하기를 바랍니다.

어릴 적에 밥을 먹고 물수제비를 하던 손. 그러나 불덩이에 녹아내린 손. 야구를 하기 위해 왼손에 주 역할을 양보해야만 했던 손. ‘최고의 좌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오른팔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손바닥이 벗겨지고 피가 나도록 배트를 쥔 채 타이어를 두드리던 그 오른손, 온갖 차별과 견제를 이기고 기적을 만든 영웅의 오른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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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살던 어릴 적, 안테나를 별도로 달지 않아도 대마도를 중계지로 하여 건너온 일본 NHK-TV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당시 NHK는 금요일마다 프로야구 중계를, 토요일마다 프로스모 중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나 지금이나 일본 최강의 야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이던 장훈선수를, 일본 아나운서는 일본식으로 張本勳(하리모토 이사오)라 소개하였지만, 그는 항시 그의 싸인볼에 張勳 단 두 글자로만 이름을 남겼다.

※ 첨부사진 : 장훈선수의 오른손(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녹아서 하나로 붙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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