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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선생의 酒道論

구태익 | 2008.05.19 01:01 | 조회 1236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조지훈선생의 [落花]

지난 토요일(5월17일은) 지훈(之薰) 조동탁(趙東卓)선생께서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그는 담백한 시어의 시인(詩人)이면서 총칼을 든 군인의 뺨을 때리며 훈계한 호걸(豪傑)이었습니다. ‘소인기(少忍飢 : 굶주림을 조금만 참아라)’를 강조한 지조(志操)의 선비였으며, 풍류를 아는 문인(文人)이었습니다. 지훈은 술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고 ‘주도 18단계’는 지금도 애주가 사이에서 교과서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전략)…

그 사람의 주정(酒酊)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주격(酒格)은 높아지지 않는다.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넷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음주에는 무릇18의 계단이 있다.

◯부주(不酒)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 9급
◯외주(畏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 8급
◯민주(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 7급

◯은주(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 6급
◯상주(商酒)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利)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 5급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 4급

◯수주(睡酒) 잠이 안와서 술을 먹는 사람 : 3급
◯반주(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 2급
◯학주(學酒)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酒卒) : 1급

◯애주(愛酒)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 초단
◯기주(嗜酒)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酒客) : 2단
◯탐주(耽酒) 술의 진경(眞境)을 체득한 사람(酒境) : 3단

◯폭주(暴酒) 주도(酒道)를 수련(修練)하는 사람 : 4단
◯장주(長酒)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酒仙) : 5단
◯석주(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 : 6단

◯낙주(樂酒)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 : 7단
◯관주(觀酒)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 : 8단
◯폐주(廢酒) 열반주(涅槃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 9단

…(중략)…

술 좋아하는 사람 쳐놓고 악인이 없다는 것은 그만치 술꾼이란 만사에 악착같이 달라붙지 않고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모든 일에 야무지지 못하다. 음주유단(飮酒有段)! 고단(高段)도 많지만 학주(學酒)의 경(境)이 최고경지(最高境地)라고 보는 나의 졸견(拙見)은 내가 아직 세속의 망념을 다 씻어 버리지 못한 탓이다. 주도(酒道)의 정견(正見)에서 보면 공리론적(功利論的) 경향이라 하리라, 천하의 호주(好酒) 동호자(同好者) 제씨의 의견은 약하(若何)오.

---------

지훈의 ‘주도론’을 되짚어보면, 오히려 천박한 술 문화를 경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술의 해악이 덜 알려졌던 당시 그가 “학주가 최고경지”라고 주장한 것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술을 마셔야겠다면, 즐겁게 그리고 배우는 자세로 조심스럽게 마셔야 한다는 것이죠.

술은 만병과 수많은 사고의 근원입니다. 술은 위, 식도, 췌장 등 소화기 뿐 아니라 뇌에도 타격을 가해 뇌졸중, 치매 등을 일으킵니다. 술 때문에 자주 필름이 끊기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베르니케-코르사코프 뇌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술은 심장근육을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발기부전의 주범입니다. 뼈를 갉아서 허벅지 뼈 위쪽을 썩게 만들고 골다공증, 통풍 등을 일으킵니다.

지훈 역시 술을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40년 전 5월17일, 48세의 나이에 토혈을 하고 숨졌다고 합니다. 낙주, 관주의 단계를 넘어 폐주의 세상으로 떠난 것이죠. 알코올에 따른 간경변증 탓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40대에 세상을 등질 정도로 그렇게 마실 이유가 없겠죠? 그가 술을 조금만 자제했다면 우리 문화가 얼마나 더 풍성해졌을까, 아쉽기만 합니다.

이상은 [이성주의 건강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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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단계일까? 겨우 민주(憫酒)이거나, 집에서 와인 한잔 홀짝대는 정도이니 은주(隱酒) 정도? 헌데 잠이 안와서 술을 먹는 3급 수주(睡酒)단계부터는 심각한 알콜중독자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관주(觀酒)단계이면 이미 폐인이 되었고 봐야겠지..

요즘 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술을 그리 심하게 마셔대지 않으니 다행이긴 하나,
술은 항시 \"생태적 수용력(carrying capacity)\" 이내에서 마셔야 할 것~!!


※ 술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법

①가급적 술자리를 덜 갖는다. 한 번 술을 마시면 적어도 이틀은 쉰다.
②자신의 주량 이상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량은 취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좌중을 리드할 수 있는 정도.
③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물,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것이 최우선.

④1시간에 소주 1병을 마시는 것이 3~4시간에 소주 2병을 마시는 것보다 더 해로우므로 가능하면 ‘속주(速酒)’를 피한다.
⑤술 보다는 대화를 즐긴다. 좋은 대화 내용을 메모하면서 마시면 더욱 좋다.
⑥음주전후와 다음날 꼭 식사를 하고 물을 자주 마신다.

⑦음주 다음날에는 가볍게라도 뛰어 땀을 뺀다.
⑧술을 꼭 마셔야 한다면 주종을 와인으로 바꾸는 등 양보다 맛 위주로 마신다.
⑨주종을 섞어 마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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