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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이성주의 건강편지]

구태익 | 2010.04.12 01:01 | 조회 2151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 스님이 1981년 제8대 조계종 종정에 추대됐을 때 내놓은 법어입니다. 스님은 당시 해인사 백련암에서 이 말을 세상에 던지기만 하고 계속 수행에 정진했습니다. 이 말은 송(宋)나라 청원유신(靑原惟信)선사 또는 야보(冶父)스님의 말을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내가 30년 전 아직 선 공부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다. 그러나 지식을 쌓아 경지에 이르니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정 깨달아 휴식처를 얻으니 정녕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구나\"(老僧三十年前未參禪時 見山是山 見水是水. 及至後來 親見知識 有個入處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而今得個休歇處 依前見山只是山 見水只是水) – 청원유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부처는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山是山水是水佛在何處)? – 야보

1912년 오늘은 성철 스님이 이번 세상과 인연을 맺은 날로 추정되는 날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향은 경남 산천 묵곡리. 본명은 이영주. 스님은 세상과 인연을 끊고 수행에만 정진했기 때문에 생일도 1911년 또는 12년 2월 19일, 3월 10일, 4월 10일 중 하나라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성철 스님은 결혼 5년 뒤 출가해서 해인사에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대구 팔공산 파계사에서 16년 동안 생식만 하고 8년 동안 한 번도 눕지 않고 앉은 채 면벽수행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성철은 깨달음은 돈오돈수(頓悟頓修)라며 깨달은 뒤 점점 수행한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조계종 창시자인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의 가르침을 정면 부정한 것이지요. 자신이 방장으로 있던 해인사에서 지눌이 지은 수행지침서 ‘절요’를 가르치지 못하게까지 했습니다. 그는 ‘점수’를 핑계로 시주를 축내고 정치놀음을 하는 승려들을 멸시했다고 합니다.

이런 성철의 견해에 대해 지눌이 돈오점수를 주창한 절인 송광사는 불편해 했습니다. 송광사는 보조사상연구원을 개설해서 성철의 주장에 맞섰습니다. 이때 첫 원장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입니다. 법정 스님이 성북동에 창건한 길상사는 송광사의 옛 이름이고 법정 스님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불임암은 지눌의 시호(諡號) ‘불일보조’에서 따 왔습니다.

그러나 성철과 법정은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법정은 성철의 책이 출판되는 것을 정성스럽게 도와줬고 성철은 그런 법정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가(大家)는 통한다고나 할까요? 성철은 기독교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교회에도 불심이 있다고 했지요.

최근 중앙일보에 이재철 목사의 글이 실렸는데, 그 분은 성철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는 법어에 동의하고 기독교에도 적용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목사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맛보는 견성(見性)이,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영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성령세례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두 종교 모두 독선과 오만에 빠지기 쉬우며 불교에서는 진정한 깨달음, 즉 오도로 나아가야 하고, 기독교에서는 성령충만의 단계로 올라서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산이 물이 되고 물이 물이 된다는 겁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이었습니다.

성철과 법정이 ‘산과 물을 물과 산으로 보는 스님’이었다면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대립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큰 산과 큰 물은 서로를 보다듬는 모양입니다. 어제 제 졸고(拙稿)를 연재하는 ‘샘터’의 이미현 씨가 사무실로 찾아왔는데 고맙게도 법정 스님의 귀한 책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를 선물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무리 바빠도 책장을 넘기며 침묵(沈默)의 스님들이 던진 말들을 되새겨봐야겠습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되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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